최근에 신형 맥프로가 발표되면서 ATI X2600이 기본 그래픽 카드로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X2600은 Nvidia 7300GT의 대체품에 불과합니다. 이전의 X1900 보다 숫자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 성능은 한참 뒤처집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이나 일본에서의 판매가는 거의 20만원에 가깝습니다. 같은 X2600도 PC용은 이 절반에 불과한 가격입니다.
그런데 실은 PC용의 X1900 XT 펌웨어를 맥용 X1900 XT의 펌웨어로 업데이트해서 맥 프로용으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아래 사이트에서 소개된 방법이죠.
How To Flash An ATI x1900 XT 512MB From PC To Mac
여기서는 X1900 XT 512MB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나중에 시험해 본 사용자들에 따르면 X1900 XT 512MB 크로스파이어 버전, X1900 XTX 512MB 버전도 가능한 모양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해 본 게 아니라서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건 현재 다나와 장터에서 PC용 X1900 XT 중고 매물의 가격은 고작 10만원대 초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죠? 하지만 XTX나 GT는 흔해도 의외로 XT 512MB 버전은 좀 드문 편입니다. 기회가 와도 수중에 돈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로 지나치길 수 차례, 결국 며칠 전에야 사파이어 X1900 XT 512MB 버전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대망의 펌웨어 개조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위 사이트에서 소개한 펌웨어 개조 방법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How To Flash An ATI x1900 XT 512MB From PC To Mac 에 들어가서 windows me 부팅 이미지, 펌웨어 업데이터, 맥용 펌웨어 파일을 다운받는다
2) windows me 부팅 이미지로 CD를 굽고 펌웨어 업데이터(atiflash.exe)와 펌웨어 파일(newbios.rom)을 USB 메모리에 넣는다
3) windows me 부팅 CD를 DVD 드라이브에 넣고 전원을 끈다. USB 메모리를 꽂는다.
4) ATI X1900 XT를 맥 프로에 꽂고 다시 전원을 켠다
5) 부팅후 프롬프트에서 C:/ 로 USB 메모리를 연다
6) atiflash -newbios -f -p 0 mybios.rom 으로 펌웨어를 강제 업데이트한다
7) 리부팅하면서 옵션 키를 눌러 맥오에스 텐으로 부팅한다
그런데 이 방식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위의 windows me 부팅 CD로 부팅할 때, USB 2.0 메모리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기 대해서 투덜거리고 있더군요.
결국, PC 쪽에서 펌웨어 업데이터를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ATIFlash와 newbios.rom을 포함한 부팅 이미지를 만들어 CD를 굽고, PC에서 기존 그래픽 카드를 뽑아내고 ATI X1900XT Pro를 꼽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펌웨어 업데이터를 실행했죠.
업데이트 도중 한 번 가볍게 화면이 지글거리는데 정상적인 과정이니 놀랄 필요는 하나도 없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는 몇 초만에 끝납니다. 그러면 다시 전원을 끄고, X1900 XT를 맥에 꽂을 준비를 합니다.
여기서 돌출되는 문제는 전원 케이블입니다. X1900은 6핀 전원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4핀-6핀 전원 케이블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맥 프로는 기판에 그래픽 카드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6핀 포트가 따로 있고, 4핀 파워는 ODD 섹션에만 있습니다.
물론 전용 전원 케이블을 여기 (
922-7128 NVIDIA Quadro FX 4500, GeForce 7800 GT Cable, Apple Mac and iPod Accessories ) 서 구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일단 이 방법은 시간상의 문제로 제외했습니다. 그래서 ODD의 남는 4핀 파워에서 전원을 끌어오기로 했습니다.
맥 프로의 ODD 베이를 끄집어 내면 뒤쪽에 IDE케이블과 파워 서플라이의 전원 케이블이 통과하는 구멍이 보입니다. 이미 많은 케이블이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4핀 연장 케이블이 지나갈 틈이 없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몰렉스 툴. 이걸로 4핀 케이블의 플라스틱 커넥터에서 핀을 뽑아냈죠. 핀과 전선뿐이라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CPU팬 유닛과 드라이브 베이 사이의 좁은 틈에 드라이버를 집어넣고 생쑈를 펼친 끝에 어찌어찌 케이블을 잡아당겨 다시 플라스틱 커넥터를 결합하고, 4핀-6핀 파워 커넥터를 연결했습니다.
그런데, 1번 드라이브 베이 뒤로 전원 연장 케이블이 지나가다보니 드라이브를 집어넣기가 좀 껄끄러워지더군요. 별 수 없이 1번 드라이브를 2번으로 옮기고 1번 베이에는 빈 카트리지를 꽂았습니다.
그리고 숨 한번 몰아쉬고, 뚜껑 닫고, 전원 케이블 연결하고, 맥주 한 잔 들이키고, 파워 버튼을 눌렀습니다.
땡!
반가운 종소리, 그리고 애플 로고가 뜨더군요. 부팅 순간에 X1900 XT의 중후한 팬 소리가 시끄럽게 한 번 울려준 다음 조용히 잦아들었습니다.
무사히 맥오에스 텐을 시동한 다음에 시스템 프로파일을 보니 분명히 X1900 XT로 표시되더군요. 그 다음에, 애플 사이트에 가서 X1900 XT의 최신 펌웨어 업데이트를 다운받아 실행시켰습니다. 여기서도 아무 문제없이 OK! 최신 펌웨어로 업데이트한 다음에 리부팅됐습니다. 아자, 아자, 아자! 아자비용!
여기까지 오는 데 투자한 돈은 1) X1900 XT 중고가 11만원 2) 연장 케이블 1000원 3) 몰렉스 툴 2000원 = 총 11만 3천원에 공임 1500만원.... 농담입니다.
요컨대 20만원을 들여 중간 이하의 그래픽 카드를 구입할 필요도 없고, 30만원 이상을 들여 애플 좋은 일만 해 줄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단돈 10만원에 약간의 시간과 노력만 더하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 X1900 XT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평소 맥 프로의 그래픽 성능에 불만을 느끼고 업그레이드를 생각했던 분들은 한 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길게 쓰긴 했지만, 실제론 별 거 없는 간단한 개조거든요.
그나저나 전용 전원 케이블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 쇼핑몰이 해외 배송도 해 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