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정부와 기업이 하는 짓은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정부 역시 제한된 리소스를 가지고(누구는 남아도는 세금으로 별짓 다한다고들 하시겠지만) 어디다 투입해야 가장 많은 효율을 올리느냐로 머리를 싸매고 그로써 평가를 받는 집단입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증가할수록 아마도 (대부분의 이기적인) 국민들로부터는 "왜 그딴데 돈을 쓰느냐" 하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할겁니다. 아주 당연한 이치지요. "야 우리나라 참 살기 좋구나" 그런 소리 안 나옵니다. 여러분은 다른 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시나요? 그건 여러분들이 성질이 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배려가 다른 다수에 일정한 불편을 가져오고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기 때문입니다. 경제 논리에 입각해서 사고/행동하는 겁니다.
액티브 X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마 이런 면에서 볼때 우리나라 상당수의 웹사이트는 IE가 아니면 진입이 불가능할겁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표준이라뇨? 그게 실제 개발자의 입장에서 볼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허상으로 보이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브라우저의 종류와 버전이 무엇인지 판단해서 그에 따라 다른 코드를 만들어 넣지 않고도 모든 브라우저에서 멋지게 동작하는 그런 웹페이지가 과연 있을까요? 그건 꿈같은 얘깁니다. 파이어폭스에서 돌리려면 파이어폭스가 지원하는 기능 (예를 들면 DOM 버전 등)을 다 알아야 하고, 버전에 따라 또 어떤 기능을 지원하는지 다 알아야 하고, 그에 따라 코드를 만들어 넣어야만 됩니다. 그렇지 않은 웹사이트는 정말 초보적이고 단순한 기능외에는 보여주지 못할겁니다.
그런 노력을 굳이 들이지 않고도 국민의 절대 다수가 한가지 브라우저를 써서 접근할것을 뻔히 아는데 왜 굳이 그런 예산과 시간 더 들여가면서 파이어폭스를 지원하고 오페라를 지원하고 사파리를 지원하려 애를 쓰겠습니까? 제가 정통부 직원이 된다면 하겠지만 : ) 아니 지금 생각에선 꼭 하고야 말겠지만 제가 공무원이 된다면 아마 생각이 슬금슬금 바뀌어서 그렇게 안 할겁니다. 상관에게 무지 질책받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저도 반복하는 것같지만 "선택한" 소수자의 길을 걷고 계시는 분들은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직업상 전공상 어쩔수 없는 분들은 예외지만). 저는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이유를 갖고서 2005년 스위칭했습니다.
1) Xcode로 프로그래밍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윈도우즈와 Win32 API, MFC에 오래 길들여진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 애플/넥스트라는 회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실상화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아주 만족합니다.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닌데(왜이리 함수 이름들이 깁니까. Foundation Framework의 메모리 관리 방법 맘에 안 듭니다.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배울게 많습니다.
2) 잡스의 말대로 "혀로 핥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GUI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비스타를 써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조잡하게만 보이는 한글 폰트 렌더링(ClearType이 안되니까)의 윈도우즈를 보다가 OS X의 처리를 보면 정말 아름답고,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도 이 "OS로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3) 좀 생활이 펴서 그런지 : ) 좀 더 비싸더라도 멋진 디자인의 제품들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으로 애플의 디자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만큼 비쌉니다. 그래도 쓰고, 가지고 다니고 싶은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한밤중에 이런 글을 쓰다니.... 요즘 왜 이러나.... 많은 질책 바랍니다 ; )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