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국회인권포럼이 개최한 정보접근권 관련 세미나에 관한 글입니다. 전자정부에 항의하는 글 쓰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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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인권포럼을 통해 본 ‘정보접근권’에 관한 몇가지 단상
지난해 11월 11일, 국회 내 인권 모임인 국회인권포럼(대표의원 황우여)은 Mac이나 Linux PC 사용자들이 겪고 있는 정보접근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보통신 및 인권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정보접근권과 공개 소프트웨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한양대 윤영민 교수를 비롯해 충북대 김석일 교수, 한국싸이버대 곽동수 교수, 자유공개소프트웨어운동본부 천명권 이사, 다음커뮤니케이션 윤석찬 팀장,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김영홍 국장, 노리추 왕수용 대표 등이 참석해 정보접근성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한양대 윤영민 교수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인터넷 사용자가 전 국민의 70%에 육박하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가구가 1천1백만명을 넘어서는 등 전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프라를 가진 나라이지만, 정보접근권에 있어서 만큼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접근권 문제를 지금부터라도 ‘정보인권’이라는 권리적인 시각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공성을 가진 단체의 홈페이지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다면 이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최근에 컴퓨터 운영체제 그 자체가 점점 이데올로기화 돼 가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면서 한번쯤 주위의 장애인이나 이기종을 쓰는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일 뮌헨시나 네델란드 및 유럽연합 정부의 경우 현재 전자정부 사업에 Linux PC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 Windows 위주의 정부정책에 과감하게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더불어 정보접근권 문제를 단순히 특정 소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냐, 없냐를 떠나 심각하게 종속돼 있는 우리나라 정보기술의 현 주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진지한 육성정책을 내놓기 바랬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자 곽동수 교수는 서두에 "‘다르다’라는 말을 ‘잘못된 것’으로 결코 오해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보접근권 문제도 나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질 때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이 행사는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김영홍 국장은 작년 초에 왕수용 대표가 진행했던 노리추(노무현 대통령께 리눅스 선물하기 추진모임) 행사를 상기시키면서,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이트가 2002년 4월까지만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Internet Explorer에 최적화돼 있다는 문구를 표시했을 정도로 Mac이나 Linux PC를 쓰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보접근권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렸다. 그는 싱가폴 전자정부가 보안 기술을 SSL로 구현한 까닭에 보다 폭넓은 정보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을, 우리나라 정부는 좋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법률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강제적 또는 의무적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현 정보접근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본다”면서 “그 전에 한국전산원의 웹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에 대한 지침이 먼저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2003년에 발생했던 네트워크 대란 역시 근본적으로 운영체제의 다양성이 부족해 발생한 문제의 하나라면서 정보접근권 문제를 떠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종속당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렸다.
윤석찬 팀장은 ‘Phono Phunk’(
http://phonophunk.phreakin.com/)라는 사이트를 예로 들면서 많은 이들이 웹접근성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웹표준을 지킨다고 해서 화려하고 세련된 웹페이지를 만들 수 없다든가 또는 접근성이 높은 사이트를 만든다고 해서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실력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더욱이 W3C의 웹표준안을 제대로 지키면 장애인이나 Mac이나 Linux PC 사용자를 위해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 필요가 없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석일 교수는 “현재로서는 정보접근권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한데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정보접근권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또, 정보접근권은 이제 권리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기본적인 권리임이 분명하며, 이기종을 쓰는 사람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TTS(Text to Speech) 관련 소프트웨어를 Windows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용으로 많이 내놓아야 할 것을 권고했다.
김석일 교수는 다른 나라의 웹접근성 문제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있었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시드니의 한 시각장애인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공식웹사이트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며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호주인권 및 기회균등위원회가 원고의 편을 들어 웹사이트 변경명령을 내렸고, 결국 호주정부가 정부 사이트들이 모두 W3C의 웹표준안을 따르도록 지시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해결책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W3C의 기본적인 조항들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더 나아가 연방 및 주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 한다면 기업의 경우 508조를 준수하는 홈페이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조달사업에 아예 참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때문에 508조를 정확하게 준수하는지 점검해주는 회사가 미국 내에 수백개가 생겼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정책을 우리나라도 내놓는다면 IT 분야의 SOC 투자 및 기본권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곽동수 교수는 인터넷 세계 최강이라는 우리나라가 접근성 문제를 놓고 보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풍토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췄다.
왕수용 대표는 “정부가 외주업체에 지침을 내려야 할 때 사용할 정보 또는 콘텐츠 접근성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솔직히 말해, 정부에서 홈페이지 제작을 의뢰할 때 제작사쪽에 어느 어느 브라우저에서 반드시 보이게 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공무원들이 이를 너무나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천명권 이사는 김영홍 국장이 말한 정보접근권과 관련한 법 제정에는 반대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꾸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현재의 국내 웹 콘텐츠제작 실태에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정부가 최소한 권고 사항이라도 제정하거나 또는 선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더 나아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이 문제에 대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췄다.
정보접근권 문제에 대한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심포지엄과 같은 행사가 앞으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하게 문제 제기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