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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앰프의 차이에 비하면 스피커의 차이는 훨씬 크다고 생각하지만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앰프가 어느 수준 이상의 밀도있는 출력을 하려면 결국 순간 과도 응답 특성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대체로 이 부분에 자원을 투여한 앰프는 비싸지더군요.
고가 음향 기기는 다분히 사치품(?)의 성격이 없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나름 대로 헛짓(?) 만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chemmac님이 아니라 다른 분들께... 참고로, 저는 소위 말하는 오디오파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가난해서 어차피 그런 거 가질 수도 없구요...^^) 저희 어머니께서 셀레스쳔 SL-700를 사게 된 이야기를 드리면 아마 감이 오실 지도 모르겠네요.
한 십 년 전쯤인데요, 어머니는 별로 많지도 않은 보유(?) 주식이 올라서 갑자기 안 그러시던 분이 (사실 엄청난 깍쟁이) 일시적으로 통이 커지셨습니다. (아마 그 담에 폭락했죠? ㅎ ㅎ...) 어느 날 저하고 큰 TV 하나 하고 오디오를 사러 가자시는 것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청계천 어디 갔던 것 같은데, 비교청취가 가능한 방이 있는 가게였습니다. 전 한 100 만 원 정도의 Tannoy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 가격대의 스피커를 이것저것 들어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점원은 (아마도 고의적인) 실수로 패치 배이에서 셀레스쳔 SL-700로 연결된 스위치를 누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엇, 이거 괜찮네? 이거 뭐죠?" 하시는 거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달리 소위 "막귀"입니다. 아버지는 물론 안 오셨습니다. 저희 집은 어머니가 은행인데,,, 아마도 위험하다고 판단하셔서 못 오게 하셨던 게 아닌가... ㅎ ㅎ... 근데 그 셀레스쳔 SL-700는 가격이... 300 만원 대였습니다. 흐흐...
점원: "어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연결을... 이건 찾으시는 가격대가 아닌데... 다른 거 듣죠... -_-;;;"
어머니: "아니, 얼만데...?"
그 이후는 대충 점원이 어쩌구저쩌구, 어차피 별 차이 모르실 텐데 무리하지 마시구, 어머니는 무슨 소리,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그래, 까짓 거, 이왕 (<--요게 중요한 단어)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해서 저희 집에 셀레스쳔 SL-700가 들어 오게 됐습니다. (앰프는 쿼드 34와 405-2, 비싸지 않으면서 꽤 좋습니다. 그 이후 제품들은 오히려 후져졌습니다.)
셀레스쳔 SL-700는 지금까지 제가 들어 본 스피커 중에 가격을 불문하고 제일 인상깊었던 것입니다. 요즘은 아주 가끔 중고가 한 조에 700 불 정도로도 나오는 것 같더군요. 내구성은 그렇게 좋지를 않아서 잘 봐야겠지만요... 재미있는 것은, 이 SL-700의 유닛과 설계 자체는 거의 1/3 가격에 불과한 SL-600와 똑같다는 겁니다. "통 값"의 차이가 나머지라는 이야기죠. SL-700의 통은 듀랄류민(비행기 재료로 쓰이는 합금)인데, 판의 구조가 하니콤으로 되어 있습니다. 듀랄류민이 가공이 어려워서 비싸진다는군요. 과연 SL-700가 SL-600 세 배 가격의 가치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chemmac님이 말씀하신 "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깍쟁이에 막귀이신 저희 어머니가 300 만원을 주고 살 만큼의 분명하고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감각이란 요상스런 것이어서 아주 작은 차이가 실제 설득력에선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어느 선을 넘어가면 품질의 차이는 별로 크게 틀어 놓지 않았을 때 오히려 분명하게 들립니다. 쉽게 말하자면 소리가 작아도 아주 잘 들린다는 거죠. 대가급 연극 배우들이 무대에서 속삭이는 소리 조차 뒷 줄에 앉은 관객에게까지 분명하게 들리는 그런 거라고나 할까요...
한편, 유명하고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청취 환경을 꾸며 놓으신 어떤 애호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그 엄청나게 비싼 시스템에서 나오는 엄청난 소리가 그렇게나 음악적이지 않은 데 실망했습니다. 마틴 로간 리본 스피커였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작은 규모의 리본 스피커가 아니라 그 분의 꽤나 높은 거실 천정에 거의 다을 듯한 키를 가진 괴물이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극히 빠른 응답 특성을 자랑했지만, 무조건 응답이 빠른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분께는 어~~ 정말 대단합니다... 이러고 왔지만...^^ 자기 취향이 있는 거겠죠. 그래서 전 항상 어떤 분들에게나 꼭, 반드시, 직접 들어 보고 고르라고 합니다. 심지어 싸구려 이어폰 하나라도요. 사람들은 자기가 막귀라고들 생각하지만 그건 오히려 귀가 얼마나 훈련되어 있느냐라기보다는 자기가 들은 것에 대한 믿음을 얼마나 가지느냐 하는 태도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5.1 채널 입체음향 방식과 주로 클래식 녹음에 사용되는 입체음향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두 가지를 겸하기 어려운 점 중의 하나입니다. 정말로 잘 녹음된 클래식 음악의 입체음향을 아주 이상적인 재생환경에서 들어 보신 분은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 입체감은 어떤 면에선 5.1 채널보다 더 생생합니다. 5.1 채널 입체음향은 아이맥스 영화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사방팔방 천장까지 영상으로 둘러쳐져 있지만 결국 2D의 영사막에 재생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에 비해 클래식 음악 녹음에서 주로 사용되는 입체음향 방식은 레이저 간섭으로 만들어지는 홀로그래피와 유사한 데가 있습니다. 3 차원이죠. 이건 직접 비교해서 들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습니다. 단지 그럴 기회가 흔치 않을 뿐입니다. 아직까지 기회가 없으셨던 분은 웬만하면 그럴 기회를 갖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누구게 님께서 2003-11-14 05:11 PM 에 수정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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